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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수업

from 2 1 % 2008/11/02 23:24

(실습 끝난 이야기와 같이 쓰려고 했는데, 완전 길어질 것 같고 나는 무지 졸리기 때문에 글을 나눠야겠다.)

 대표수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수업 전날까지도 활동을 아예 바꾸는 대 공사를 해 가면서 과정안도 안 나온 상태로 교구를 몇 시간 만들고, 새벽이 되어서야 딱 한 번 연습했었지. 휴 그 때 생각하면 아찔하다. 쫄딱 망할까봐 걱정하고 걱정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허겁지겁 조금 남은 밥 먹은 것도 가슴께에서 꽉 막힌 듯 답답했다. 그리고 다급하고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준비하던 아침 시간. 메이트한테 수업하는 모습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잊은 채 그렇게 수업이 시작됐다. 모르는 교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가장 압박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교감선생님도 정작 내 안테나 밖이었다. 머리 속에는 그냥 이 40분의 수업을 어떻게 무사히 마치느냐, 내가 준비한 활동을 까먹지 않고 어떻게 해낼 것인가 하는 것만 남아있었다(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그렇다 ;;). 노래 하는 데 목소리가 예상과 달리 너무 밉게 나오고, 그러니까 목소리가 막 떨리고, 또 그러니까 피아노도 틀리고. 수업의 초반부는 떨림 그 자체였다. 허둥허둥. 그러다가 흐름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몸계명부터는 그 흐름이 확실했으니까. 사실 순서 기억 안날까봐 왼손에 깨알같이 써 놓았는데, 그건 정작 보지도 않고. 모두에게 적은 것만 보여준 셈이 됐었다.
 마지막에 영준이 동작이 틀렸다고 지적한 게 아이한테 상처가 됐던 건데, 내 말 안 듣는다고 책망한게 미안하다. 그렇게 눈물이 많은 아이인 줄 몰랐는데. 혹시 영준이한테 잊지 못할 기억이 되는 것은 아닐까. 발표 하는데 겁 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됐다.

 수업은 담임쌤이 주신 아이디어로 알차게 알차게 시간에 딱 맞게 끝났다. 역시 쌤은 생각하는 구조 자체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존경할 수 밖에 없다. 수업이 끝나고 엉엉 울게될까봐 걱정했는데 안도감이 들어 다행이었다. 현주언니가 고생했다며 주고 간 목캔디에 '이제 진짜 끝났구나.'하는 안도감. 40분 수업을 준비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 받았는데 막상 그 40분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허무함. 참 신기하다.
 4학년 대표수업 보러 가서 친구가 너무 잘하더라고, 그 옆의 분으로부터도 잘하시더라고 칭찬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마음이 완전히 편해졌다. 급식실에서도, 협의회에서도 칭찬일색. 몸둘바를 몰랐다 정말.
협의회에서는 내 앞에 담임쌤이 앉아 계셨는데, 선생님과 마주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듣고 있자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 견딜 수 없었다. 우리 쌤은 이제까지 칭찬은 정말 안 해주셨기에 모두에게 칭찬을 듣는 그런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는 하...

 선생님이 4주간 거의 매 수업 협의회 때마다 지적했던 것이 바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계획한 것만 빨리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가며 아이들과 소통하는 수업을 하라는 것. 하루만에 되지 않는 것이고 매우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했었다. 그리고 대표수업 때는 다른 때보다 조금 더 많이 아이들의 태도를 살피고 소통하려 애썼다. 그런데 협의회 때 그 점이 좋았다는 소감이 있어 매우 뿌듯했다. 자신은 마음이 조급해 아이들을 잘 보지 못하는데, 나는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진짜 소통하는 것 같았다고. 이 말을 들었을 때, 선생님도 지도한 보람을 조금 느끼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물론 성에 안 차셨을 거고, 나 또한 갈 길이 멀지만 한 단계 올라섰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잘했어 그랴.
 하지만 영준이를 대한 것은 명백히 잘못 했다. 부정적인 강화가 너무 많았다고, 영준이가 사실 틀린 것은 아닌데, 선생님 설명을 잘 안 들었나봐요-라고 한 것은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말씀이었다. 영준이의 눈물까지 생각나니 정말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미안한 마음이 콸콸콸. 그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으이구. 
 그리고 공통적으로 말한 것 중에 하나가 오르간 반주하며 노래하는 것. 우리 과에서 이 정도 반주는 반주 축에도 못들고 남자애들도 할 수 있는 건데, 그 자리에서는 진짜 힘든 일 해낸 것처럼 말해줘서 역시 민망했다. 그 쉬운 반주도 마구 틀려서 망했다-싶었는데 알아챈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은 신기했다. 
 중간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순시하셨는데, 인증 때문에 들어오셨던 교감선생님께서 '수업 잘 하시대~'라고 한 마디 말씀해주신 게 가장 좋았다. 무엇보다도 인정 받은 느낌이었다. 그 자리에서 욕을 하실리는 없겠지만 물론.
 그렇게 수업 협의회까지 마치고 나자 이제 진짜진짜 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쯤 되니 내가 무슨 대단한 수업이라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것 같았다. 무조건 겸손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누르고 눌렀다. 내 혼자 힘으로 해낸 것도 아닌데. 그럼. 교구 도와주고, 아이디어 내 준 친구들, 단원 바꿔주시고 활동 생각해주신 담임 선생님, 인쇄물 정리 도와준 메이트, 열심히 수업에 임해준 아이들. 모두모두. 모두 감사해야 할 사람들.
 어쨌든 생각보다 너무 잘 끝난 것 같아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하 정말. 지금도 해 냈다는 게 참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믿기지 않는 이상한 기분. 잊지 말자 그 때의 기분과 모습,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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